안녕하세요.
저는 반려묘(러시안블루)를 8년 넘게 모시고 있는 집사입니다.
오늘은 제가 어떻게 해서 병원에서 정식으로 '알레르기 치료 (일명, 면역치료)'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준비하는 단계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써보려고 해요.
그 다음은 알레르기 면역치료를 위한 병원 선택, 비용, 치료 기간, 보험 처리, 약, 부작용 등 차례차례 글들을 상세하게 작성해 보겠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알레르기 면역치료, 주사요법, 집먼지/진드기 비염치료와 같은 방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어떻게 정보를 찾아야 하는지나 어떤 병원을 찾아가 봐야 하는지, 비용은 대략 얼마 정도 연간 발생하는지, 치료가 끝난 뒤 나의 알레르기 상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 제 경험을 공유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와 첫 만남
처음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했을 때, 아기 고양이를 집에 데려왔던 그 때 벅차오르던 감정과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그 때는 제가 '동물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어요.
태어나서 한 번도 '알레르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도 없었고 또 알레르기로 인한 '반응'과 '비염', '피부 발진', '염증' 등 동반되는 증상에 대한 정보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나 '동물',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자작나무' 등등 여러 카테고리가 있는 항원들에 대한 알레르기에 대한 인식이 아직 많이 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참으로 애석하게도 저에게는 [고양이 = 항원] 이었습니다.
사실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 알레르기 반응을 없애고 나아질 수 있는 100% 근본적인 방안은 바로 '항원' 즉 '원인'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양이나 강아지를 분양받기 전에, 가능하다면 그 동물을 키우고 있는 친구네 집에 가서 반드시! 하루 종일 함께 놀아 본다던지 해봐야 합니다.(매우 중요) 이 과정을 저는 거치지 않았고, 저는 제가 살면서 '고양이,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저희 고양이를 분양받고 난 뒤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고양이 알레르기 반응
제가 고양이와 처음 만났을 때 나타났던 반응은 아래와 같아요.
- 목이 따끔따끔하고 부음
- 침을 삼킬 때 뭔가 걸리적거림
- 눈이 가렵고 빨갛게 충혈됨
- 콧물과 재채기가 남
- 연한 피부들 위주로 오돌도돌 빨간 두드러기 반응 (턱, 귀 뒤, 허벅지, 배 등)
그리고 자고 일어 났더니 얼굴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서 두드러기 처럼 얼굴이 뒤집혔었어요. 근데 저는 참으로 알레르기 지식이 없었던 것이 맞는게, 자고 일어나서 '음.. 이상하게 뾰루지가 많이 났네. 어제 뭘 잘못했나? 스킨케어 제품이 뭐가 안맞나?'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더랬죠..
그렇게 알레르기의 위험성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무지속에서 고양이와 함께 잠을 자며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점점 고양이가 자라면서 고양이와 함께 있는 시간과 접촉도 늘어났고 털도 많이 빠지게 됐어요.
지금은 알레르기 치료를 마치고 반려묘 케어+알레르기 케어까지 잘 해나가는 8년차 만렙 집사가 되었지만, 그 때는 정말 의학 지식이 부족해서 털 관리나 목욕, 청소, 급식 사료 등등 생활 전반에서 신경을 많이 못썼기 때문에 알레르기 증상도 참 심했던 것 같아요.
여기서 꼭 아셔야 하는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은 '고양이' 그 자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나는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 또는 '나는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다.' 라고 말을 하죠? 그런데 사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은 결국 고양이 털에 묻은 고양이의 타액(침), 비듬, 대소변 등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털 뿐만이 아니라 고양이와 놀아주며 나를 햝아 주는 고양이의 타액에서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털관리를 아주 매일 같이 열심히, 깨끗하게 그루밍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고양이의 온 몸 곧곧 전부 '고양이 침'으로 단정하게 코팅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어요.
고양이는 원래 야외에서 생활하는 자연 상태의 경우, 날이 더워지는 봄철과 날이 추워지는 겨울철에 털갈이를 약 두 번 정도하게 되요. 그런데 요즘과 같이 고양이들은 집에서 집냥이로 지내게 되고 사실상 약 두 번이라기 보단 사시사철 털이 빠지는 경우가 많죠. 즉, 알레르기가 있는 집사는 1년 내내 고양이 털 관리를 아주 아주 열심히! 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알레르기 면역치료 준비 과정
먼저 짧막하게 알레르기 면역치료 준비 과정을 요약해보자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피부과나 이비인후과에 가서 알레르기 키트 검사: 100개~150개 이상의 항원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여부를 피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음
- 알레르기 검사 결과 상담 → 실제로 면역치료 (주사요법)을 실시할지 여부 판단
- 의사 소견서 발급 (추후 대학병원에 제출 필요)
- 알레르기 치료가 가능한 병원 탐색 (규모가 있는 이비인후과 또는 대학병원 등)
- 병원 예약 → 병원에서 자체 피검사 알레르기 검사 진행 → 전문의 상담 후 치료 시작
제가 알레르기 면역치료를 알게 된 계기는, 제가 다니는 직장이 잠실이었는데 그 때 직장 동료가 '알레르기 약을 정말 기가막히게 주는 병원이 있다.' 라고 해서 약을 처방받으러 그 병원에 가게 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부분 알레르기 증상이 있거나 비염, 환절기, 계절성 알러지가 돋으면 많은 분들이 그냥 약국에 가서 '지르텍 (일명, 항히스타민제)'와 같은 약을 많이 처방 받던 때였어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많이 했었고 알레르기 증상이 있을 때 마다 근근히 약을 먹으면서 버텼죠.
그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께서 '우리 병원에서 알레르기 주사를 놔줄 수 있다. 근데 비싸고 시간이 굉장히 소요되는 치료라 추천은 정말 하지 않는다. 원한다면 해줄 수 있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때, 주사치료? 알레르기도 치료가 되나? 싶어서 의아했고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너무 생소해서 그냥 약만 처방받고 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인터넷으로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 막 해매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알레르기 약에 내성이 생겼는지 점점 약효가 떨어졌고 고양이 알레르기 반응이 더 심해져서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고 숨쉬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래서 막 여기저기 면역치료 후기나 그런 정보들을 찾아보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졌는데 제가 찾아보던 때에는 정말 정보가 많이 없었어요. 해본 사람들의 후기도 없었고, 비용, 과정, 절차 등 알아낼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인터넷에 막 뒤져서 알레르기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진료를 받아 봤어요.
막상 가보니 (전화로 간호사님께 들었던 것과는 달리) 원장님께서 고양이 알레르기 면역치료는 이 곳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집먼지, 진드기 등 알레르기 설하요법 치료는 가능하나 고양이 알레르기는 더 큰 병원이나 대학병원에 가야 한다며 대신 소견서를 써주셨습니다.
인터넷에서 고양이 알레르기 치료를 집 주변 이비인후과에서 하고 있다는 글을 몇개 보고 저도 제가 살고 있는 집 주변 반경을 모조리 뒤져 전화문의를 해보고 난 뒤 딱 한 곳을 찾아냈던 곳이었어요. 근데, 막상 가서 이 병원에서는 고양이 알레르기를 치료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들으니 굉장히 낙심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낙심의 연속(?)이 계속됐었는데 이 때 느겼던 실망감은 지금 와서 보니 사실 별거 아니었던 것 처럼 느껴지네요. 그래도 긍정적인 이야기로, 원장선생님께서 제게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고양이 알레르기 치료 즉, 면역치료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을 찾아가서 주사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알레르기 면역 치료가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알러지, 음식, 동물 등) 요즘 굉장히 보편화 되었고 치료 비용도 많이 저렴해 졌다."
"나이가 많으면 면역치료가 어려울 수 있는데, 지금 20대 중반인 것을 보아 딱 적기인 것 같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참고로 저는 과거 피부과에서 알레르기 피검사를 받았었고 1~6등 급 중 고양이 알레르기는 가장 높은 6등급을 받았습니다. (그 외, 강아지 2등급, 진드기, 먼지 등에서는 낮은 정도의 알레르기가 나왔습니다.)
이때 이비인후과에 가서 원장님께서 대학병원을 가보라고 하셔서 여러 군데 대학병원을 수소문 했으나 안타깝게도 제 거주지 근방에 위치한 대학병원들에서는 알레르기 치료를 하지 않고 있었어요. 결국 먼 곳에 위치한 대학병원을 찾아내 끈질기게 예약을 해냈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검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알레르기 면역치료를 시작하게 된 과정은 이러했습니다. 실제로 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정말 많은 대학병원들을 찾아가서 진료 예약을 하고 비용 상담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치료를 진행하는 담당 선생님들 마다 주사 약제(알레르기 항원의 구성, 개수 등) 방법이 다 달랐고 치료를 진행하는 방식이나 비용 등도 천차만별이었어요.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정리하는 것으로 하고 다음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각 병원들에서 진료/치료 방식과 비용 등이 어떻게 달랐으며 치료가 초반에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다뤄볼게요.
각종 알레르기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반려묘나 반려견을 기르시는 집사님들이 조금이나마 제 글을 읽고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저는 '고양이+강아지' 두 가지 항원을 섞어서 치료를 4년 동안 진행해서 완료했습니다. 제가 치료를 받는 것을 보고 저의 지인도 동일한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했고, 그 친구는 '고양이+강아지+집먼지/진드기+자작나무+꽃가루' 등 총 6가지 항원을 섞어서 치료를 시작해 지금도 병원에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이 내용도 추후 포스팅할 글에 좀 더 자세히 내용을 다뤄볼 수 있으면 작성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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